향수는 패션의 완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향수를 뿌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거예요.
오늘의 추천 향수는 그레이그라운드의 <생폴드방스>입니다.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에
시트러스 한 스푼 넣고,
소금 한 스푼 덜어낸
인텐스 버전
<생폴드방스> 총평
- 내 점수 : 3.8 / 5.0
- 가격 : [50ml] 59,000원 (그레이그라운드 공식 홈페이지 가격)
- 사람들 반응 : 좋은 편(★★★☆)
- 지속력 : 좋은 편(★★★☆)
- 확산력 : 좋지 않은 편(★★☆)
- 어울리는 계절 : 봄, 여름(사계절 가능)
- 연령대 : 모든 연령대 가능
- 분위기 : 밝고 가벼우며 부드러운 편 / 중성적
국내 프래그런스 브랜드인 '그레이그라운드'에서 2020년에 출시한 향수입니다.
당시 SNS 등에서 꽤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올리브영에도 현재 판매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향수 브랜드들의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안 좋은데요,
특히 2019년에 '페로몬 향수'라는 키워드로 마케팅하던 수많은 향수들의 탓이 큽니다.
향수 퀄리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성을 꼬실 수 있다'라는 식의 마케팅만이 판치면서
그들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가버렸지요.
따라서 국내 향수 브랜드는 싸잡혀서 욕먹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레이그라운드 향수도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시선 자체가 곱지만은 않은데요.
물론 여타 '페로몬 향수'들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 향수를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욕먹을 만한 이유는
그레이그라운드 쪽에서 자초한 면이 있습니다.
첫째로, 바틀이 딥티크 향수를 연상시킨다는 것입니다.
특히 2012년에 리뉴얼되기 전, 딥티크가 사각 바틀인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흡사합니다.
삽화를 집어넣고 바틀 뒷면에도 삽화를 넣는 것은 딥티크의 시그니처 바틀이었거든요.
딥티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레이그라운드의 향수를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어, 따라 했네?'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둘 째로는 향도 다른 니치 향수를 카피했다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생폴드방스> 향수는 조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를 카피했습니다.
2022.07.03 - [리뷰/향수추천] - 조말론 우드세이지 앤 씨솔트를 닮은 올리브영 향수 추천, 그레이그라운드 생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
믈론 저는 카피 향수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크리드를 카피한 알마프 향수도 즐겨 쓰고 있구요.
흉내만 낸 싸구려 타입 향수가 아니라 괜찮은 퀄리티로 카피한 향수 같은 경우는 재창조물로 인정하고 싶습니다.
<생폴드방스>역시 괜찮은 퀄리티라고 생각하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조말론의 우세솔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은 필연적일 것입니다.
한창 마케팅할 당시에는 언급도 자주 되고, 여기저기 커뮤니티나 유튜브에도 자주 등장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비교적 조용한 향수입니다. 쓰는 사람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는 않네요.
하지만 저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향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열변을 토하다 보니 향수에 대한 소개가 늦었네요.
그레이그라운드 <생폴드방스>는 지중해와 맞닿은 남프랑스의 마을인 '생폴 드 방스(Saint-Paul de Vence)'에
영감을 받은 향수입니다.
향료와 향기
<생폴드방스>의 정체성이 되는 메인 향료는 레몬과 세이지입니다.
조말론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와 가장 차별점이 되는 부분이 바로 탑 노트의 레몬과 자몽입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말론 우세솔의 노트 구성을 보고 거의 똑같이 따와서 섞은 향수인 것 같은데,
탑 노트의 시트러스가 원작보다 좀 더 강해진 게 나름대로의 차별 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레몬과 자몽의 존재감은 확실히 느껴지지만, 이게 또 우리가 아는 '시트러스'의 느낌이랑은 거리가 좀 있습니다.
흔히 시트러스라고 한다면 톡 쏘는 새콤한 느낌을 떠올릴 텐데, <생폴드방스>는 그런 느낌은 거의 없고,
레몬 향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시트러스보다는 프루티한 느낌의 레몬, 자몽입니다.
미들 노트에서는 씨 솔트와, 씨 위드 향료가 들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에서는 소금 향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면 <생폴드방스>에서는 소금기가 느껴지지 않아요.
이 또한 큰 차별점입니다.
<생폴드방스>의 가장 핵심이 되는 향료는 바로 베이스 노트의 세이지입니다.
말이 베이스 노트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지배적으로 나는 향이 바로 세이지입니다.
명시되어 있는 패츌리와 앰버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리하자면, 세이지 향이 강하게 나는 향수이며 탑 노트에 레몬, 자몽을 한 스푼씩 얹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향을 뜯어보면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와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둘 다 메인이 '세이지'라는 면에서 비슷할 뿐이에요.
향의 자연스러움을 따지자면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의 압승입니다.
조말론은 내추럴하게 향이 흘러가는 반면에, <생폴드방스>는 세이지의 향이 훨씬 강해서
약간 울렁거릴 때가 있네요.
지속력과 확산력
제가 생각하는 <생폴드방스>의 지속력은 '좋은 편'이고, 확산력은 '좋지 않음'입니다.
제 피부 기준으로 지속력은 4~5시간 정도, 확산력은 제 주변에서 은은하게 발향되는 정도였습니다.
확실히 퍼포먼스 면에서는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보다 압도적입니다.
우세솔의 인텐스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주변 반응 / 사용후기
세이지를 메인으로 하는 유명한 향수는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밖에 없기 때문에
그 향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야?'라고 떠올릴 향수입니다.
우세솔은 퍼포먼스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맡을 일이 흔치 않지만,
<생폴드방스>는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딱히 호불호가 있을 만한 향이 아니고, 존재감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데일리로 좋을 법한 향수입니다.
10대부터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하기 좋으며,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팡팡 뿌리기 좋습니다.
가성비도 괜찮기 때문에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레이어링해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지만, 저는 향 자체로만 봤을 때
나름 장점이 많기 때문에 쓸 만한 향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