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패션의 완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향수를 뿌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거예요.
오늘의 추천 향수는 키엘의 <오리지널 머스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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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분비물이
포근하고 향긋한 꽃향기로
바뀌는 마법
<오리지널 머스크> 총평
- 내 점수 : 3.9 / 5.0
- 가격 : [50ml] 75,000원, (키엘 공식 홈페이지 기준)
- 사람들 반응 : 좋은 편(★★★☆)
- 지속력 : 보통(★★★)
- 확산력 : 보통(★★★)
- 어울리는 계절 : 봄, 가을, 겨울
- 연령대 : 20대 중반 이상
- 분위기 :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 / 살짝 무게감이 있고 어두운 톤
19세기 약국에서부터 시작해 코스메틱 브랜드로 성장한 '키엘(Kiehl's)'에서 2004년에 출시한 향수입니다.
20세기 초반부터 '러브 오일(Love Oil)'이라는 제품으로 판매를 하곤 했었다는데,
공식적으로 향수로써 판매를 시작한 건 2004년부터입니다.
<오리지널 머스크>는 향수의 이름답게 '머스크' 본연의 향기를 직관적으로 잘 표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료 중 하나가 머스크인 만큼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향수 전문 사이트 프래그런티카에서 5점 만점에 4.06점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향료와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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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머스크>에 정체성을 주는 메인 향료는 머스크와 다양한 꽃들입니다.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이 '머스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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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위 사진 속 수컷 사향노루의 생식기샘 근처에 있는 '향낭'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건조시킨 향료입니다.
독한 암모니아 냄새를 동반하지만 묽게 사용할 경우 향기로워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고급 향료로써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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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사향노루는 번식기에 향선낭에서 나오는 이 분비물을 통해서 암컷을 유혹합니다.
한마디로 '성 페로몬'인 셈이죠.
몇 해전에 '페로몬 향수'라는 키워드로 온갖 향수들이 마케팅을 하곤 했었는데,
따지고 보면 <오리지널 머스크>야말로 진정한 페로몬 향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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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위에서 설명드렸던 머스크 향료는 애니멀릭하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나 머스크 향이 좋아!'라고 한다면,
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향을 좋아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중에서 파는 다양한 제품군의 '머스크 향'은 이러한 느낌을 잘 뽑아서 예쁘게 잘 포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 향료의 이면에는 '애니멀릭'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동물의 분비물이 향료의 근원지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겠지요.
진짜 머스크는 특유의 쿰쿰하고 약간의 지린내스러운 냄새를 동반하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오리지널 머스크>의 탑 노트는 이 애니멀릭한 머스크 냄새가 주를 이룹니다.
향조 피라미드에는 오렌지 블라썸, 베르가못이 쓰였다고 되어 있지만, 이 머스크 향이 워낙 강해서
다른 향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향에 많이 적응한 사람이라면 사실 그렇게 심한 냄새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처음 맡는 분들은 확실히 쿰쿰하고 지린내스러운 면이 강하게 다가올 수 있으며, 불호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탑 노트의 애니멀릭함은 30분~1시간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사그라들고 부드럽고 포근해지며,
미들 노트의 다양한 꽃향기들이 풍성하게 피어 오릅니다.
딱히 어떤 꽃이 돋보인다는 느낌은 없고, 플로럴한 향조들이 뒤섞여서 말 그대로 '꽃향기'를 발산합니다.
베이스 노트의 통카빈과 패츌리는 제 기준에서는 딱히 존재감이 있지는 않았고,
미들 노트의 부드러운 꽃향기들이 피부에 안착되면서 향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오리지널 머스크>는 30분~1시간 정도의 애니멀릭한 냄새 이후에
부드럽고 포근하며 향긋한 꽃향기가 이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속력과 확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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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오리지널 머스크>의 지속력과 확산력은 모두 '보통' 입니다.
제 피부 기준으로 지속력은 3~4시간 정도, 확산력은 제 주변에서 은은하게 발향되는 정도였습니다.
위 사진은 프래그런티카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투표한 결과인데, 지속력과 확산력에서 '보통'의 의견이 많네요.
다른 사람들도 저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실망스러운 부분이라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좋지도 않은 퍼포먼스입니다.
보통 탑 노트가 애니멀릭하거나 자극적인 향들은 지속력과 확산력이 굉장히 뛰어난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프레데릭 말의 <뮤스크 라바줴>, 르 라보의 <상탈 33> 등과 같이..)
<오리지널 머스크>는 생각보다 많이 평범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두 향수와 비교했을 때는 탑 노트가 훨씬 점잖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가 좀 컸던 것 같습니다.
주변 반응 / 사용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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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머스크>에 대한 중론은 나에게서 나는 것보다는, 타인에게서 풍기는 향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꽤나 공감이 가는 게 제게는 그렇게까지 매력을 주는 향수는 아니지만,
남들에게서 이 향이 난다면 진중하고 부드러운 섹시함이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착향을 아직 안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향수의 탑 노트를 좀 걱정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저도 처음 맡았을 때는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긴 했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닙니다.
몇 번 뿌리다 보면 금세 적응이 돼서 딱히 나쁜 냄새라는 생각이 안 들구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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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의 구성이 나름 재미있고 가격도 착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탑 노트의 애니멀릭함이 남성적이지만, 이내 부드러운 꽃향기로 이어지는 게 또 여성적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성 분들은 20대 중반부터 30대까지, 여성 분들은 20대 중반부터 쭉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고 봄에도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무게감은 있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